2016.10.06-10.20 고승욱 사진전 『△의 풍경-탁영拓影』 Photo Exhibition 『△Scape-Shadow Casting』 by KOH Seung-wook

전시를 열며 | 아트스페이스·씨 대표 안혜경

“무지는 진실에 대한 눈감음의 형태다. 또한 그것들은 인간의 기억을 모욕한다.” – 존 버거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이름 없는 자”의 죽음을 기억하고 애도하기 위해 작가 고승욱이 찾아다닌 「제주→지리산 실상사→노근리 쌍굴 →홍천 와동분교(폐교)→한탄강→제주」의 궤적. 하필이며 가장 더웠다는 올 여름에…그는 이 장소들을 ‘한국전쟁 이후 한국사회의 심리적 서사를 구축하는 잠재적 토대’의 일부로 여겼다.

안타까운 스러짐에 대한 애도, 뭔가 희망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고승욱은 돌멩이 모양의 초를 만들어 그 돌멩이가 있던 곳에서 불을 켜고 사진작업으로 마무리 짓는, 기원과 위무의 따스한 행위가 깃들인 ‘돌초’ 작업을 2010년 부터 시작하였다. 이어 2011년 부터 ‘모호한 경계와 불안한 질문에 붙여진 임의적 이름’의 의미를 담은 ‘말더듬’, 2015년 ‘말과 돌’이라는 작업으로 모색기를 가졌다.

작가는 제주 4.3평화공원 전시실에 있는 ‘백비’의 탁본을 상상한다. ‘올바른 이름을 얻지 못한’ 백비는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기에 논쟁과 각축은 다 탁본의 검은 빛 안으로 빨려 들어가 버린다. 작가는 그 검은 빛에 슬쩍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림자를 느낀다. 올해 그 살인적 더위 속에서 고행하는 순례자처럼 ‘올바른 이름을 얻지 못하고 잊혀진 자들’을 위무하고 그 그림자를 기억해내기 위해 고승욱은 한반도 남쪽을 순례하였다. 제주의 당집, 성당, 사찰, 교회 등 모든 기원의 정성이 모인 초 (99개)를 모아 사각형 초판을 만든다. 순례 도중 기억의 장소에서 수많은 침묵의 기억들을 탁본한 대형 검은 천을 펼치고 초판에 불을 켜고 기억을 위한 의례를 진행한다. 진실이 빨려 들어간 검게 탁본된 천! 그 천에 하얀 칠을 덧바른다. 초판에 불을 켜고 침묵 당한 기억을 간직한 그림자는 밝은 곳에서 ‘탁영拓影’으로 되살아난다. 이 ‘탁영拓影’은 고승욱의 사진으로 순례길 마다 남겨져 우리들 마음으로 들어온다.

한국 전쟁 중 미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인 노근리 사건의 유족들은 현장에 남겨진 총알의 흔적을 동그랗게, 여전히 박힌 총탄은 세모로 표시하였다. 고승욱은 “내 안에 이미 자리 잡은 이 친숙하고도 낯선 풍경을 나는 노근리 △ 표시를 빌어 『△의 풍경』이라” 부르기로 했다.

비평가이자 작가인 존 버거는 ‘윤리와 역사와 정의에 대한 개념뿐만 아니라 나눔과 물려줌과 위로와 애도와 희망 등 인류의 기본적 요청으로부터 진화해온 중요한 인간적 성품들을 죽이는 살충제와 같은 살윤리제(ethicides)가 대중매체들로부터 조직적으로 살포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승욱의 그림자 순례 길은 이제 시작이며 앞으로 2년여 더 진행될 것이다. ‘돌초’, ‘말과 돌’ 작업과 함께 2016년 여름, 이 길에서 되살려낸 기억의 그림자『△의 풍경-탁영拓影』은 그 ‘살윤리제’ 살포를 피해갈 청정하고 존엄하며 유기적 관계의 만남인 ‘기억의 장’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작가 노트] △의 풍경 – 탁영拓影 | 고승욱

백비
제주 4.3평화공원 전시실 초입에는 비명을 새기지 않은 백비가 누워있다.
그리고 그 백비 옆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적혀있다.
“언젠가 이 비에 제주 4.3의 이름을 새기고 일으켜 세우리라.
봉기, 항쟁, 폭동, 사태, 사건 등으로 다양하게 불려온 제주 4.3은
아직까지도 올바른 이름을 얻지 못하고 있다.
분단의 시대를 넘어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통일의 그 날,
진정한 4.3의 이름을 새길 수 있으리라.”

탁영
탁본. 먹과 화선지를 이용해 비석의 본, 즉 비명이나 비문을 떠내는 것을 말한다.
나는 4.3 백비를 보면서 탁본에 대해 생각해 본다.
본이 없는 비석의 탁본이란 어떤 것일까.
글자는 없고 배경만이 있으니 아마도 검은색일 것이다.
하지만 그 검은색은 고요하지 않을 것이다.
본이 없기에 서로가 본임을 주장하는 논쟁과 각축이 있기 때문이다.
4.3백비는 치열한 전쟁터이다.
과거 4.3의 비극은 하나의 본을 강제한 권력과 그에 대한 저항으로부터 발생하였다.
오늘날 화해와 반성은 과거의 본으로부터 어떻게 다르고 얼마나 성숙해 졌나?
강제 없는 본이란 불가능한 것인가? 무엇이 그것을 가능하게 할까?
논쟁? 동의? 공감? 연민?
어두운 탁본에 스치듯 지나가는 그림자가 있다.
그림자의 주인은 누구인가? 피해자인가? 가해자인가?
행여 피해자와 가해자 두 형제를 둔 어미는 아닐까?
이름 붙이지 못한 기억과 감정들, 그리고 그 그림자를 붙잡을 수는 없을까?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이 시도를 나는 탁영이라 부르려 한다.

세모의 풍경
한국전쟁 전후에 발생한 민간인 학살의 희생자 수는 100만 여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발생한 노근리 사건의 경우, 희생자 유족의 노력으로 사건의 진상이 밝혀졌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명백한 증거 앞에서도 노근리를 외면하였다.
미국의 유력 방송에서 이 사건을 보도한 이후에서야 비로소 노근리는 한국사회로부터 주목 받을 수 있었다.
노근리 유족들은 사건 현장을 보존하기 위해 총알의 흔적을 동그라미로 표시해 두었다.
그리고 현재까지 총알이 박혀 있는 흔적은 세모로 표시하였다.
나는 풍경 사진을 찍는다. 하지만 사진은 매번 핀이 나간다. 풍경이 흔들린 탓일까? 내가 흔들린 탓일까?
서로의 흔들림이 다른 탓일지 몰라, 나는 풍경 속으로 들어가 보기로 한다.
이미 지난 시간과 아직 이르지 못한 시간이 서로 부딫혀 너울을 일으키고 있다.
나는 부표에 기대어 흔들림이 일치하는 순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내 안에 자리잡은 이 친숙하고도 낯선 풍경을
나는 노근리 세모 표시를 빌어 세모의 풍경이라 부르기로 한다.

작업 과정

오프닝 및 작가와의 대화
2016.10.06 19:00

고승욱 작가 약력 
Artist Biography 

개인전
 2016 <△의 풍경 -탁영 拓影>, 아트스페이스⋅씨, 제주
 2015 <말과 돌> 이상공간두들, 서울
 2011 <말더듬 두 번째> 스페이스99, 서울
 2010.9월 <말더듬> 아트스페이스 풀, 서울 
 2010.1월 <삼각의 서> 그문화 갤러리, 서울 
 2000 <레드후라이드치킨> 대안공간 풀, 서울 
 1997 <참석하시어 자리를 빛내주십시오> 관훈미술관, 서울 
 
단체전 
 2015 <터와 길> 구 제주대학병원 파일럿 프로그램, 제주
 2014-2016 <제주4.3미술전>, 제주도립미술관, 제주
 2010 <예술가의 신체>, 코리아나 미술관 스페이스 C, 서울   
 2009 <악동들 지금/여기>, 경기도미술관 기획전시실, 경기도 안산시 
 2008 <제7회 광주 비엔날레 ‘연례보고’전>- 광주비엔날레관 
      <동두천 : 기억을 위한 보행, 상상을 위한 보행>
      New Museum of Contemporary Art, New York. & 인사미술공간, 서울
 2007 <한국의 행위미술 1967 - 2007>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과천)
      <민중의 고동 : 한국미술의 리얼리즘1945-2005> 
      반다이지마 미술관, 후쿠오카 아시아미술관 (일본)
      <Around Questions of Urbanity" 2007 아르코 주빈국행사>
      (스페인, 마드리드) 
      <FAST BREAK> PKM gallery (중국, 베이징)
      <동아시아의 목소리> 대안공간 풀 (서울)
 2006 <부산비엔날레 2006, 두 도시 이야기: 부산-서울/서울-부산> (부산)
      <대안공간 루프 재개관전>, 대안공란 루프 (서울)
 2005 <Battle of Vision>, 담슈타트미술관(담슈타트,독일)
      <Incongruent: Contemporary Art from South Korea>
      리차드 브러쉬 갤러리 (쎄인트루이스, 미국)
      <뉴스케이프>, 토탈미술관(서울)
      <이건용,고승욱 타이틀메치>, 쌈지스페이스(서울)
 
-
 
Solo Exhibition 
 2016  <△Scpae -Shadow Casting> Artspace‧C, Jeju
 2015  <A Word and A Stone> Gallery Doodle, Seoul
 2011  <StutteringⅡ> Space99, Seoul
 2010  <Stuttering> Art Space Pool, Seoul
 2010  <Trigonolibro> Geu Munhwa Gallery, Seoul
 2000  <Red Fried Chicken> Alternative Space Pool, Seoul 
 1997  <Be My Guest> Kwanhoon Gallery, Seoul 
 
Group Exhibition 
 2015  <<Place and Road>> Jeju National Hospital Ex-Building, Jeju
 2014-2016  <Jeju 4.3 exhibition> Jeju Museum of Art
 2010  <Artist's Body> Coreana Museum of Art, Seoul
 2009  <Bad Boys : Here and now> Gyeooggi Museum of Modern Art, Ansan, Gyeooggido
 2008  <7th Gwangju Biennale> - Gwangju
       <Dongducheon : A Walk To Remember, A Walk To Envision> New Museum of Contemporary Art, New York &  Insaartspace, Seoul
 2007  <Performance Art of Korea 1967-2007> 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Korea 
       <Art toward the Society: Realism in Korea Art 1945-2005> The Niigata Bandaijima Art Museum, Japan      
       <A Mattre of Urbanity, among other thing> Madrid, Spain 
       <FAST BREAK> PKM gallery. Beijing, China
 2006  <Busan Biennale 2006,  A Tale of Two Cities : Busan-Seoul/Seoul> Busan, Korea
 2005  <The Battle of Visions> Kunsthalle Darmstadt. Darmstadt
       <New Scape> Tot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Seoul 
       <The 3rd SSamzie Space Annual Title Match:“Lee Gun Yong vs. Koh Seung Wook"> SSamzie Space. 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