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16-06.22 강정마을회를 위한 기금 마련展 『붉은발말똥게와 그 친구들의 평화를 위해!』 ‘Sesarma Intermedia’ and its friends in Gangjeong


강정마을회를 위한 기금 마련展
『붉은발말똥게와 그 친구들의 평화를 위해!』

2011.06.16(목)~06.22(수)
아트스페이스⋅씨
※ 당시 주소: 제주시 노형동 1295-13

개막식
2011.06.16 19:00

강정 답사
2011.05.21(토) 13:30
아트스페이스⋅씨 주차장에서 출발
연사: 윤용택(제주대학교 철학과 교수)
※ 작가분들의 창작 아이디어를 얻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작가들과 함께 만나 여러 가지 의견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리란 기대로 작가들과 함께 강정을 답사하고 강정에 서식하고 있는 수많은 생물들, 힘들게 지키고 있는 강정주민들, 그리고 아름다운 바다와 하천 풍경과 마을 등 강정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과 생명을 소개받는 기회. 작가의 개인 사정에 따라서 개별적으로 방문하여도 무방.


기획 아트스페이스⋅씨
주최 『붉은발말똥게와 그 친구들의 평화를 위해!』 전시에 참여하는 모든 분들
후원 제주군사기지저지와평화의섬실현을위한범도민대책위원회, 참교육학부모회, 전국공무원노조 제주본부, 제주평화인권센터, 전국농민회총연맹제주도연맹, 제주참여환경연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제주도연합, 제주4.3연구소, 제주주민자치연대, 탐라자치연대, 제주DPI, 진보신당제주도당, 제주여민회, 제주환경운동연합, 전국민족예술인총연합제주지회, 노래패 청춘, 4.3도민연대, 곶자왈사람들, 제주여성인권연대, 참여와 통일로가는 서귀포시민연대, 제주민권연대(준), 전교조제주지부, 민주노총제주본부,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제주통일천연회, 민주노동당제주도당, 서괴포여성회, 제주기독교장로회, 정의평화위원회, 평화를 위한 그리스도인모임, 천주교 평화의섬특별위원회, 부스뮤직(개막식에서 인디가수 ‘피리’ 공연 지원)



붉은발말똥게와 그 친구들의 평화를 위해! | 아트스페이스⋅씨 대표 안혜경

환경부지정 2급 멸종위기종 붉은발말똥게. 바다에서 플랑크톤생활을 하면서 자라는 유생시기 1개월을 제외하고는 해안 가까운 습지에 산다. 붉은빛이 나는 이 녀석은 은어가 모여드는 물 맑고 풍성한 하천지역과 강정해안을 드넓게 오가며 송이 빛이 군데군데 박힌 회색빛 구럼비 바위들과 그 틈새에서 피어나는 수많은 꽃과 풀들을 매일 만난다. 제주의 청정 바다를 지키자며 제주섬을 수영으로 한 바퀴 돌아온 호 주인 쉐린이 가장 맑고 깨끗하다 던 강정 마을 남쪽 바다엔 범섬을 비롯한 주변 섬 들이 눈이 시리게 아름다우며 북쪽으로는 부드러운 한라산 남쪽 능선이 훤히 들여 다보인다. 붉은발말똥게가 만나는 이 모든 마을 친구들과 어릴 적 바다 속에서 유 영하며 만났던 해초들과 연산호까지 모두 지금 몰살 위협에 처해 있다.

이 전시는 몇몇 예술가들이 해군기지건설로부터 강정을 지켜내기 위해 눈물겹게 버 텨온 강정마을주민들을 지지하고 성원하는 기금을 마련해보고자 의기투합하여 만들 게 된 전시로 그 뜻에 기획자와 여러 작가들이 호응하여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총 36명이다.

강요배, 강술생, 강제욱, 고경화, 고길천, 고원종, 고민석, 김경훈, 김린성, 김성오, 김수열, 김연숙, 김원구, 김원천, 문무병, 물드리네, 박경훈, 박선희, 박재동, 서정화, 송맹석, 신지숙, 양근석, 양미경, 오석훈, 유종욱, 윤용택, 이승수, 이철수, 이수경, 정용성, 홍보람, 홍성담, 홍진숙, 허영선, 현기영

물 맑고 인정이 넘쳐 조캐 삼촌 하던 마을. 이젠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벽을 쌓고 왕래를 끊게 되었다. 해군은 토지를 강제로 매입하려 공탁금을 걸어두고 찾아 가지 않는 주민들에겐 양도세에 가산세까지 부과했다. 끝까지 버티며 농사짓는 주 민들에겐 토지무단점유사용료라며 1600만원까지 부과했다니 어찌 제정신으로 살아 나갈 수 있겠는지… 더구나 건설사는 반대쪽 주민을 포크레인기사로 고용해 주민들 과 직접 부딪히게 상황을 몰아가 마을 주민들의 관계를 갈갈이 찢어놓고 있으니… 참 어찌 이리도 악독한지…

강정은 겹겹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있어 자연 환경적으로도 소중할 뿐더러, 미국 이 아시아에서 힘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견제하는 중국은 제주에 경제적으로 중 요한 관광대상국이다. 군사시설이 있어 폭격 대상이 되는 지역에 경제투자를 하겠 다고 나설 리 만무하니 경제적, 정치적, 자연 환경적으로 어떤 이유로도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것이 설득력을 얻을 수 없다. 관광미항을 개발하겠다지만, 비밀유지가 우 선인 군사기지와 자유로운 분위기가 필수인 관광은 양립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미 선례를 통해 입증되었다고 한다.

이제 강정 주민만이 아니라 제주 도민과 국민들, 아니 세계의 이목이 강정으로 몰 리고 있다. 미국인 평화운동가 부르스 게그논도 단식에 동참했고 살아있는 최고의 지성이라 불리는 노암촘스키 MIT교수는 이메일로, 국제엠네스티에서 세계의 양심수 로 선정한 리츠메이칸 대학 서승교수와 페미니스트운동의 대모격인 미국인 글로리 아 스타이넘도 강정을 방문해 제주해군기지건설이 한반도 및 동아시아에 평화와 안 정을 가져다준다는 헛소리가 어불성설임을 역설했다. 5월30일 월요일 오후, 중덕해 안에 전국미술인협회 대표 등이 모여 해군기지반대 성명서를 발표했고 매일매일 찾 아와 반대성명을 발표하는 예술가와 단체들, 활동가들로 넘쳐난다. 전국에서 해군기 지 반대 서명에 동참하고 있으며 반대현수막을 만들어 강정으로 보내고 있다.

중덕해안에서 기거하며 억척같이 강정을 지켜내던 양윤모 영화감독은 두 달여의 구 속에서 이제야 풀려나 입원 중에 있다. 그의 단식으로 강정 해군기지 문제가 전국 화 되었고 강정 해군기지 부당성을 침착히 전달하는 그의 육성과 사투를 제인과 거 스톤이라는 덴마크 다큐멘터리 감독 작가들이 영상으로 기록해 전국과 전 세계로 퍼 나를 수 있도록 했다. 양감독은 강우일 주교의 청원으로 이제 60여일의 단식을 풀고 허해진 몸을 추스리고 있다. 구속되어 단식하던 최성희작가는 양윤모감독의 단식해제와 때를 맞춰 교도소에서 단식을 해제하였다. 그러나 지금 해군은 여전히 눈 하나 깜짝 않고 항의에 묵묵부답하며 시시 때때로 강정마을의 생명과 평화를 위 협하고 있다.

조상 대대로 평화롭게 살아온 강정마을을 지켜내기 위한 노력을 지지하는 마음으로 이 기금마련전에 출품된 작품들은 회화, 사진, 도자기, 조각, 판화, 시, 에세이 등 37 명의 작가들의 분신인 귀중한 작품들이다. 평화와 생명을 지켜내려는 이 모든 노력 에 동참하고 평소 존경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소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그 마음이 6월 12일~22일 아트스페이스C로 모여든다.

“내가 아는 모든 것은…오직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다.”
–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

“희망의 원칙과 악의 존재에 관해서 말하지 않고는 미학에 관해서 말할 수 없다”
-존 버거 <시각의 의미 중 ‘하얀새’>

※ 붉은발말똥게는 해안 가까운 습지에 살며 바닷물에는 거의 들어가지 않지만, 유생을 방출할 때는 바닷물에 들어간다. 유생은 약 1개월 동안 바다에서 플랑크톤 생활을 하면서 자란다.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종2급이다. 붉은빛이 나는 이 게가 강정해안과 하천지역을 드넓게 오가며 만나는 모든 동식물들과 사람들, 지나는 모든 지역에 있는 바위와 풍경 등을 소재 삼아 강제이주의 위협에 내몰린 붉은 발말똥게, 몰살의 위협에 처한 이 곳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 풀 한 포기 까지도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애정을 담아내자는 주제를 담은 작품을 창작하자는 기획 의도로 정한 제목이다.

출품 작품 및 작가 소개|

강요배

제주의 자연과 역사뿐만 아니라 우주의 섭리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화가 강요배. 그의 회화 <달 실은 배>는 범섬 바로 옆에 밝게 떠오른 만월을 마치 배에 싣고 항구로 돌아오는 어선인 듯, 풍어와 평화를 기원하는 작가의 애정이 거친 붓질과 어두운 밤의 바탕 위에 하얗도록 밝은 색채의 달과 그 달빛 하얗게 비친 물빛 화면으로 부드럽게 가득 퍼진다. 아마 작가가 기원하는 그 마음이 우리 모두의 간절한 소망이리라. 그리고 곧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강술생

작품의 크기뿐만 아니라 매체의 다양성 그리고 종국엔 어느 지점으로 몰입할지 모를 만큼 작품의 지향점이 참 폭넓은 창작 지형을 갖는 작가다. 작업실에 스스로를 가두고 홀로 작업에 몰두하기 보다는 작품과 소통할 관람객들과의 만남을 창작의 과정에 흡입시키는 작업에서부터 미세한 박테리아를 과학적으로 관찰하고 생명의 끝없는 유동과 순환을 가시적 조형성으로 표현해보려는 시도를 억척스럽게 해내고 있다.



강제욱

강제욱 작가가 이 전시에 참여하게 된 건 우연이면서도 필연이다. 그건, 제주도립미술관 전시 참여를 계기로 강정 해군기지 문제와 강정기금마련 전시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우연이었다. ‘열대우림, 사막, 빙하, 강’ 등을 주제로 작업하는 그는 국제기구나 NGO등과 함께 ‘아이티 긴급구호’ 등에도 참여하며 예술을 매개체로 환경문제와 인권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세계를 누비며 작업을 해온 작가다. 그러니 그가 제주에서 강정 해군기지 문제를 접하고 이에 관심을 갖는 다는 건! 그건 필연이다.
강제욱 작가가 이번 전시에 참여하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고 말할 수 없다. 그의 창작활동 상황을 들여다 보면 너무나 명백해지는 일! 이에 대해 간략히 말한다는 것이 간단치 않다. 그의 국내외 수많은 전시와 방문기 그리고 글 등을 블로그 http://blog.naver.com/zeus96 에 들어가 확인해보시길!



고경화

참 과묵하다고 생각했으나 한번 필 꽂히면 목울대에 힘이 모이며 천천히 느릿한 특유의 말투로 끝까지 자신의 의견을 밀어붙이는 작가. 큰 눈 천천히 깜빡이는 흰 얼굴과 긴 생머리가 자연스럽게 흘러내린 모습이 60년대 히피족 여성을 생각나게도 한다. 그런 느낌 때문인지 어떤 꾸미지 않은 야생의 기운이 늘 작가 주변을 감싸는 듯하다. 작년 10월 강정에서 “중덕 스케치”란 제목으로 아주 조용히 시작한 개인전을 준비하며 강정 구럼비 바위와 해안을 샅샅이 다니더니 결국 범섬이 살아있는 생물체인 고래로 보였다는… 그림과 얘기가 전해져오고 있다.



고길천

신내림을 받은 무당은 그걸 거부하면 무병에 걸린다. 진지한 작가가 된다는 것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마치 절대로 거절할 수 없는 어떤 운명 같은 것. 그렇다면 고길천은 천상 작가일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제주 4.3과 촘촘하게 짜인 그물망인 생태계에 대한 이해. 그건 곧 생명과 평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 그것이 그의 예술적 표현의 중요한 관심 분야다. 관심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매체에 대한 연구와 작업 시도에 주저함이 없다. 저 드넓은 대양으로 서서히 움직이는, 아주 큼직하고 묵직해서 움직임의 속도를 느끼지 못하며 육중하게 나아가는 커다란 배! 거의 움직이고 있지 않은 듯한데 그 묵직하고 커다란 동체가 고요히 미끄러지며 움직여 어느새 저 멀리 나아가 있는 듯한… 일본과 미국 등에서 창작스튜디오 체험이나 전시 등을 해나가며 그의 경험과 사고와 관계의 지평을 넓히며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신의 예술적 표현 역량을 확장한다.
강정마을 곳곳에 무력에 대한 강렬한 비판의 목소리가 담긴 그라피티를 극성맞게 그려놓았던 작가! 이번에는 강정 마을에 살고 있는 생명 있는 것을 기억하며 프로타쥬로 떠낸다.



고원종

사람 좋고 인심 넉넉한 그의 웃음 앞에선 완전히 긴장을 풀어내도 좋을 듯도 하건만, 무심결에 드러내는 이기적 사심을 큰 키만큼 꼿꼿한 꼬치로 놓치지 않고 찔러 꿰어내니 감춰진 욕심이 이 작가의 날카로운 센서를 통과하기가 만만치 않다. 그의 그런 성정은 커다랗고 묵직한 도자기 그릇을 짓고 섬세하게 빚으며, 그 위에 분청자기 귀얄문을 순식간에 훔치듯 스치며 그어내기도, 아주 넉넉하고 두툼하게 발라내기도 한다. 불을 다루며 구워내는 만만치 않은 고도의 집중과 에너지가 필요한 작업이 그에게 참으로 걸맞다. 검푸른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보름달이 강정 바닷가 구럼비 바위 위에 그의 달항아리로 밝게 빛나던 지난 전시가 못내 잊히질 않는다. 이번 전시에 배부르게 앉아 있을 그의 ‘분청사기 귀얄문 장군’이 참으로 기대된다.



고민석

자신의 주요한 작업 매체로 조소작업을 하는 작가가 제주에는 참 드물다. 고민석은 현무암, 나무 등을 이용한 조각 작업을 많이 해왔다. 꽃미남에 얼핏 아기자기 한 작업을 할 듯한 작가이지만 북촌 4.3 너븐숭이기념관에 쓰러져 엎어진 기념비, 몇 년 전 개인전에서 많은 호평을 받았던 현무암 인물조각 등 진지하고 조용하게 그러나 묵직한 목소리로 시대적 아픔과 따사로운 관심을 표현한다. 늘 이런 저런 사회적 흐름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 작가는 한번 토론에 끌려 들어가면 물귀신처럼 잡아끌어 깊은 바다 저 바닥까지 끌어내리는 끈질김이 있어 흥미로운 토론 대상이면서 동시에 경계의 대상이다. 이 진지한 작가가 꽤나 고심하며 작업하고 있는지, 아니면 늦게 얻은 아들 녀석과 씨름하느라 그런 건지… 아직 작품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직접 전시장에서 만나봐야 할 듯…



김경훈

배시시한 웃음을 지을 때 이외에 평소 그의 입가에서 언어를 위한 근육의 움직임을 거의 본적이 없을 만큼 말수 적은 시인. 그 과묵함으로 쌓인 언어가 푹 곰삭아 시가 되는 모양이다. 한 토론회에서 선배 작가에게서 그의 시가 정육점 언어라고 강펀치를 맞을 만큼 그 역시 4.3과 그 고통의 세월과 기억에 대해 용암이 분출하듯 뜨겁게 날로 쏟아냈던 모양이다. 최근 발간된 그의 시집 ‘우아한 막창’에서 묵직한 침묵 속에 숨어 있던 파안대소 할 농담 같은 언어를 뜻밖의 놀라움으로 만났다. 그가 부끄러움 때문에 말을 삼킨 건 아니라는 것을…. 고경화작가와 어우러져 그의 시가 어떻게 시각적으로 보여 질지 참 궁금해진다.



김린성

사진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끓어 넘치진 않으나 오래도록 부옇게 고아진 사골 국물 같은 사진작가 김린성. 그렇게 뭉근한 그의 작업방식은 지나간 흔적에 오래도록 머문다. 버려진 집안에 남겨진 누군가의 옷가지들, 오랜 도장들, 아직도 그 자취가 베여있는 집안 곳곳이 그의 눈길을 통해 사진으로 인화된다. 최근에는 사진기 없이 직접 감광액을 바른 인화지에 대상을 인화해 내는 포토그램으로 대상과 사진기 사이의 매개체를 없애버리고 초밀착하여 대상의 형태와 기억을 바로 직접 떠내는 사진 작업을 하기도 한다. 미국의 구호 밀가루 포대인 듯한 광목천으로 만든 버선, 바느질 해체하고 풀 먹여 꼬깃꼬깃 접어 보관된 천들인 듯한 사진, 콩물먹인 장판지 오랜 바닥에 놓인 광목 베개 사진 등으로 참여한다.



김성오

목관아지 뜰에 전시된 입춘굿 목우들 중에는 김성오 작가가 만든 목우들이 있다. 매년 입춘을 맞는 입춘굿놀이에 풍농을 기원하며 제주목사가 쟁기질 하는 모습을 보이는 축제에 사용되던 목우. 그 목우를 만들기 위해서는 산야를 헤매며 개성 넘치는 목우에 사용할 재료들을 찾아내야한다. 여기에 김작가처럼 맞춤인 인물이 없을 만큼 그는 늘 나무와 바위 그리고 수많은 식물들에 온통 마음을 빼앗겨 산과 들을 누비고 다녔다.
태초에 화산이 폭발하고 한라산과 오름들을 만들어 내던 그 열기가 그의 오름 그림들에는 아직도 식지 않고 벌겋게 타오르고 있다. 뭉긋 뭉긋 솟은 오름들과 그 곁을 흐르는 길들… 거기에 평화로운 말들이 풀을 뜯는다. 생성의 에너지를 표면 안으로 담아둔 오름 연작들을 그려낸 그의 애정만큼이나 강정 바다를 고요히 그리고 깊이 바라보았을 터이다.



김수열

자리젓 내 진동하는 제주어로 시를 써 주목받았고 80년대 군사독재시기에 제주 수탈의 긴 역사와 제주4.3에 대한 기억을 파내어 세상에 알리는 예술운동을 놀이패 한라산과 함께 주도한 교사이자 시인이고 연출가이다. 말갛게 하얀 얼굴과 전봇대가 걸어 다니는 듯 마르고 큰 키의 소유자. 마치 시대의 고통과 억압을 외면하지 않고 그의 입에서 뱉어내는 시어들이 큰 키의 몸을 깃대 삼아 걸리는 깃발인 듯… 가족간 애정은 짭쪼름하고 교사 학생간 애증은 풋풋한, 최근 발간된 그의 시집 ‘생각을 훔치다’! 문단에서도 그 시집에 대한 반응이 뜨겁단 소식을 나중에 들었는데, 발간되자마자 가슴 짠하면서도 웃음 배시시 비져 나오며 읽었다. 눈을 뜨면서부터 감을 때 까지 그가 마주하게 되는 모든 것들과 그 상황 속에서 피어나는 생각들이 언어로 가득 꼬물대고 있겠단 생각을 할 만큼 그의 시어(詩魚)들이 사는 물은 일상이었다. 양윤모감독이 폴려나던 날…강정 바닷가를 헤매다 양감독이 기거하던 중덕사 근처에서 굿했던 흔적인, 태워지지 않고 남겨져 구겨지고 더렵혀진 영갯기 쪼가리에 ‘이것도 작품이 될까…’ 고민하며 자신의 시 ‘일강정이 운다’ 일부를 숟가락으로 푹 떠내 듯 두 연을 자필로 써놓았다.



김연숙

※ 작품 도판 부재

회화와 판화를 주 매체로 작업하며 꿈틀대는 개인의 존재성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살려낸다는 생명적 가치로 그 무게가 크게 움직인 ‘살림’이라는 주제로 오랜 동안 목판꼴라그래피 작업에 몰두했다. 용암이 분출되어 곶자왈과 동굴 등 신비로움으로 가득한 거문오름. 그 오름 자락으로 작업장을 옮긴 이후 거대한 숲과 그 숲에 들어찬 온갖 생명들에 눈과 귀가 새롭게 열리듯 작은 몸에서 몰아치 듯 뿜아나온 에너지로 조용한 듯 약동하며 꿈틀대는 작품들을 해나가고 있다.



김원구

수채화는 이제 이 작가의 얼굴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오래 동안 수채화협회 회장을 맡았고 야생 꽃들의 개화! 그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맑고 밝게 그렸다. 늘 웃음을 머금고 입 열면 쏟아지는 유머가 넘치는 작가. 산국 노랗게 화면 가득 들어찬 풍경이 정겨웠던 추억으로 남는 지난 가을… 길에서 스친 그 감탄스런 산국과의 만남을 다시 유쾌하게 기억해내게 만든다. 그가 그리는 맑고 투명한 수채화 꽃무더기들과 빛이 작가의 붓에 실려 실내로 한 가득 들어온다.



김원천

내과의사 김원천. 그는 지난 2년 동안 거의 모든 주말을 걸어서 제주섬을 한 바퀴 돌아보는 애정을 보였다. 입도 1대조로서 제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고 오랜 기간 예술에 대한 관심과 교류 그리고 제주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촬영한 사진들이 그간 민족미학연구소의 격월 소식지 ‘풍류’에 글과 사진으로 담겨왔다. 강정과 제주 그리고 지구의 생명과 평화에 대한 그의 진지한 관심과 애정이 출품 사진에 따뜻한 시선으로 담겨있다.



문무병

제주민속연구에 한 획을 그은 학자이면서 시대의 아픔에 마당극 활동과 참여시로 뜨거운 마음을 분출하는 작가 문무병. ‘바다 한 가운데 우주의 중심에 서 있는 탐라국’이라며 평소 그의 열정적 입담이 고스란히 담긴 제주가 장편 시 <탐라국 침략사> 첫머리에 등장한다. ‘신선이 살고 불로초가 자라며 생명을 살리는 생명꽃이 자라고 자손을 번성하는 번성꽃이 피어나며 죽음에서 사람을 구해내는 환생꽃이 피는 서천꽃밭이 있는 영주하로산!’을 읊는 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하다. 그 탐라국에 오랜 기간 외세의 침략이 있었고 이제 강정을 지키려는 싸움이 양윤모감독의 피맺힌 절규로 일어나니 제주인이여 일어나라, 1만8천 신이시여 제주를 지켜 주십사‘라고 그는 오열한다. 그의 장편시가 오석훈작가의 글과 그림으로 시각화 된다.



물드리네

사진을 찍고 4.3희생자를 만나 기록하는 일을 하던, 털털하나 치밀하게 꼼꼼한 김미선! 글쓰기를 가르치며 펜대나 굴렸지 몸 굴리기는 생전 상상도 못해본 장선자! 제주 풋감으로 갈염을 하며 천연염색의 세계로 빠져든 이 염색쟁이들이 마치 빛 없는 굴속에서 마늘을 먹고 100일간 치성을 드려 사람이 된 곰처럼 온갖 염재를 가지고 신비로운 천연염색으로 실험을 거치다 주변을 놀라게 하며 2년 전 아트스페이스C에서 <빛을 두르다>란 제목으로 성황리에 전시를 마쳤다. 그것은 자신들이 지금 염색쟁이로서 어디에 있는지 점검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천연염색에 대한 긍지를 가지고 예술인촌이 있는 저지 근처 낙천에서 자신들 작업의 새로운 단계를 꿈꾸며 두 손 두발 걷어 제치고 오늘도 염재에 천과 몸을 함께 담근다.



박경훈

일, 담배, 술에 치여 아차하면 저승으로 향할 뻔 했던…미술작가란 정체성을 절대 포기하지 못하는 출판사 사장! 제주에 관련된 거의 모든 분야가 그의 출판사 ‘각’에서 출판되어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제주에 관련된 다양한 책을 출판했다. 앎에 대한 욕심이 남다른지 출판하는 책은 다 섭렵하고 있는 건지 목숨 걸고 피는 담배 연기 자욱한 책 가득한 그의 사무실에 늦도록 자주 앉아 있는 작가는 입만 열면 녹음기 틀어대 듯 온갖 지식들이 쏟아져 나오는 커다란 목청을 엔진처럼 달고 있다. 작년 말, 알뜨르 비행장에서 스케일 거대한 작품전을 평지에 넓게 흩어진 알뜨르 비행장 격납고에 <경술국치 100년, 알뜨르에서 아시아를 보다>란 전시로 사람들을 불러 모아 그 성능 좋은 엔진의 위력을 선보인 바 있다. 사실 그가 약속을 자주 어겨 원성을 듣느데 그건 겉보기와 달리 속내가 너무 여려 들어온 일 부탁을 잘 거절 못하는 성품 때문이기도 하다. 강정에 관한 아트포스터를 제작해 두었다는데(아니 언제?) 아직 작품정보는 들어오질 않는다. 아마도 마지막 순간까지… 늘 그러하듯이! 전시장에서나 직접 만나야 보게 될…



박선희

조소로서 바라보는 도자기 보다는 그릇이나 전등 등 일상에서 사용하는 도자기를 주로 빚어낸다. 축축한 습기 머금은 진붉은 흙과 같은 느낌이 자연스러운 그릇. 그것은 빚었다기 보다는 숭숭 뚫인 제주의 현무암을 정성껏 아주 곱게 깍아낸 조각 같다. 두툼한 두께에 완만하게 파여 생긴 그릇 안쪽엔 유약을 바르지 않고 구워 자연스럽게 생겨난 무늬가 담기기도 하고 때로는 푸른 하늘이 그 안으로 들어가 멈추기도 한다. 때로는 보름달이 비쳐든 듯도 하한데… 여기에 담긴 음식을 먹는다는 건… 그건 바로 땅의 기운과 하늘의 빛 그리고 달빛의 정성을 받은 그 음식과 차를 먹고 마시는 것이리라.



박재동

80년대 군사정권 시절에 가슴 졸이며 그렸을 법한 정치풍자화 ‘한겨레 그림판’. ‘목긴 사나이’ 그리고 제주4.3에 대한 관심과 작품화…거기에 ‘입춘굿놀이’에 매해 빠지지 않고 제주를 찾아 입춘굿판을 찾은 사람들의 얼굴을 추운 목관아지 관청 마루에 앉아 온종일 그려주는 의리의 사나이 박재동 화백! 이번에도 강정을 살리는 전시에 법정스님 입적 소식에 대한 소회를 담은 글과 초상화, 그리고 정말 마음 훈훈해지고 꽃바람 살살 부는 유쾌한 그림으로 참여해 제주에 대한 애정과 평소 생명과 평화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었다.



서정화

※ 작품 도판 부재

남편 강제욱의 단체전 참여에 함께 제주를 찾았다 강정을 알게 된 시인. 곱고 조용한 작가의 목소리로 수줍게 전시 참여 의사를 밝혀왔다. <강정 마을>이란 시로 강제욱 작가의 사진과 함께 이번 전시에 참여한다.



송맹석

※ 작품 도판 부재

탐라미술인협의회의 신임 젊은 대표. 그래서인지 서서히 식어가는 예술가 참여활동에 대해 새로운 불쏘시개들을 던지며, 조용히 잿더미 속에서 잦아드는 참여에 대한 불씨를 자꾸 휘젓고 있다. 이번 강정 모금전을 종용하면서 바깥전시 등과 단체 대표의 일 그리고 자기 사업의 이런 저런 일들을 챙겨가며 준비하느라 작품정보를 제출해야 하는 여태까지도 출품 할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다작의 작가는 아니나 긴 침묵 뒤 질긴 근성이 드러나는 진지한 작가다. 캔버스에 움틀거리는 형태를 낮은 채도의 유화로 진하게 그리던 그의 작품이 이번 전시에 어떻게 해석되어 드러나게 될지 기다려진다.



신지숙

세월의 때가 쌓이지 않는 맑은 감성의 화가 신지숙. 평소 아끼는 제주에 대한 애정과 역시 생명과 평화에 대한 일상적 관심으로 이 전시에 참여하였다. <매화2-눈 한 점이 화로에 녹다>. 빨간 배경에 하얀 매화가 피어난 화면은 이 작가의 고요한 내면에 들어 있는 깊은 열정을 들여다보게 한다. 아마 추운 겨울 끝자락에 피어난 매화! 그 매화가 화로가 되어 눈을 녹여 봄을 당겨왔을 듯하다. 아주 맑고 푸른 하늘에 화면 가득 풍부하게 살랑 살랑 피어난 작은 야생사과 꽃. 참 해맑고 곱고 풍성하다.



양근석

수채화와 아크릴화로 꾸준히 제주의 풍경과 꽃 등을 그려오고 있다. 참여 작가들과 강정 답사를 갔던 그 날! 낮게 피어 퍼지던 해무와 이제 막 공사가 시작된 구럼비언덕 자락의 중장비와 이미 부서져터진 바위들 그리고 바다에 쳐진 오탁방지 용 노란 띠 등이 그의 말없는 침묵을 깨게 만들었을까? ‘마치 순한 사람이 한번 화가 나면 무섭단’ 말처럼 고요히 있는 자연을 뒤엎는 인간들에 대해 내면에서 서서히 끓어오르는 분노가 고요히 해무 피어난 강정 앞 바다 범섬의 위용에서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양미경

회화, 판화, 도예 등 다양한 매체를 연구했을 뿐만 아니라 전시기획과 제주학 공부에 이르기까지 끝없는 배움을 추구하는 열정적 작가다. 여성작가 특유의 부드럽고 섬세한 특성도 있지만 선 굵고 묵직한 방식으로 사회적 이슈를 예술로 드러내기를 주저 않는 작가. 최근 장난꾸러기 아들과 과묵하나 자상한 남편과 물 맑고 고요하며 신록 눈부신 유수암에 작업실 짓고 꾸미느라 궁시렁 대면서도 유쾌하게 노는 듯 일하느라 정신없는 줄 알았더니… 근처에 있는 목가구 작가가 운영하는 갤러리 겸 찻집에서 탐스러운 노란 과실들과 소박하며 덕스러운 제주 항아리를 소재로 텁텁한 듯 따사롭고 정이 넘치는 구수한 회화들로 소리 없이 조용히 소문난 전시를 가졌다.



오석훈

방송사를 다니며 틈틈이 단체전에 참여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을 작가. 최근 퇴직 후 콧노래 부르며 아마 오랫동안 꿈꿨을 너른 숲속 빛 밝은 작업실을 완성해 작업에 몰두할 준비를 서서히 해나가고 있다. 방송사에서 다큐 등을 만들며 지역에 있는 비슷한 연배의 작가 사이에선 드물게 자연스럽게 친숙해진 영상매체에 대한 이해도, 전통문화연구소 이사로서 당을 조사하고 기록하며 쌓인 제주 역사와 문화에 대한 지식과 이해 등으로 축적된 작업 매체의 다양성과 제주 자연과 문화에 대한 이해 등이 이미지화 해나가는 작가의 작업에 풍부한 토양이 되고 있으리라. 평화와 무력의 줄다리기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긴장! 그 강정 마을을 예리한 펜화 작업으로 준비 중이라는데… 인정 많으나 칼칼한 성정이 날카로운 펜화와 붓 끝으로 베어나던 작업! 기다리며 기대해 본다.



유종욱

제주조랑말에 대한 상징성으로 대학원 논문을 쓰게 된 인연으로 연고 없는 제주에 입도한 입도조 작가다. 가마 속 열기만큼 뜨거운 제주말과의 사랑으로 말이 갖는 조형성과 상징성을 끊임없이 해체하고 조합하며 탐구하여 조랑말 도자기를 탄생시킨다. 문명의 두께로 잃어버린 원시적 근원성과 신성성에 다가가고자 오늘도 작가는 그 먼 시원으로 말과 함께 달려간다.



윤용택

실천하는 철학자 윤용택. 그는 이미 지난 4년여 동안 강정에 해군기지가 들어서지 못하도록 사방팔방 뛰어다닌 철학교수이다. 그가 찍은 강정의 사계절. 이 사진은 이미 작년 아트스페이스C에서 슬라이드쇼로 공유한 바 있다. 강정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과 무생물 그리고 공동체의 역사를 우리들에게 가슴 절절하게 전해준 철학자. 그가 아린 가슴으로 기록한 강정 사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함과 넘치는 애정이 그의 눈으로 보여 진다.



이승수

제주해녀를 거대한 동조각으로 제작해 관심을 받은 이승수 조각가. 그가 힘들여 제작한 동 재질의 조소인 게! 바위와 그 틈 사이를 자유롭게 돌아다녀야 할 그 게가 시멘트 콘크리트 속에 처박혀 꼼짝달싹 못하고 있다. 그 게가 콘크리트에 갇히는 순간 내가 내 가족이 내 친구들이 그 게가 되어 불안에 갇히게 될 것임을 말하고 있는 듯…



이철수

판화가 이철수! 시대의 아픔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생명에 대한 깊은 애정이 녹아 있는 간결한 목판화.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에서부터 자연의 섭리에 이르는 큰 얘기까지 글씨와 그림으로 조화롭고 잔잔하게 사람들의 마음에 조용히 스미는 그의 작업은 이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개인전의 바쁜 와중에 강정을 위한 전시에 빗살무늬 토기로 상징하는 ‘오랜된 미래’의 이야기를 담은 목판화로 마음을 함께 하였다.

이수경

아시아 동쪽 변방의 나라에서 벌어진, 그것도 그 나라 남쪽 작은 섬에 세워져 이젠 있으면서도 보이지 않아 잊혀진 이정표 같은 전쟁기념비를 종교와 정복에 관련된 유명한 세계사적 기념비들 속에서 바라보는 작가의 넓고 깊은 시선. 답답하게 자신을 가둔다고 생각했던 이 제주 섬. 떠났다 되돌아오고서야 이 곳 자연과 역사에 대한 관심이 결국 외부세계로 나가는 시작점임을 뒤늦게 깨닫는다. 바다를 향해 나아가던 긴 시선은 이제 강정 바다에서 옆으로 넓게 절단되어 확장되었고 여기에 바다 습지 속 따개비, 총알고동 등이 바위 틈새 사이에 가득 숨어 있을 듯하다. 멀리서 넓게 흘러 들어와 끝없이 바다에 부딪고 되돌아가는 저 맑고 푸른 바다. 바위에 하얀 포말들이 부서지는 이 곳 바위들엔 붉은발말똥게 대신 굴착기가 뚫을 빨간 장소 표기가 있고, 맑디맑아 곱고 푸른 저 물결 넘실대는 바다엔 혼탁방지막이라는 노란 띠가 눈 가리고 아웅 하듯 둥둥 떠 있는데 공사 구간인지를 알리는 빨간 표시 점이 참으로 엉뚱 맞게 지키고 섰다.



정용성

큰 눈에 감정 잡고 눈 감아 통기타를 신나게 튕기며 송창식의 ‘담뱃가게 아가씨’를 열창해 여심을 사로잡을 만큼 끼가 가득한 작가. 그에게서 묵향 그윽하고 점잖은 사색적 발언들이 조용히 흘러나오면 그렇게 노래 부르던 동일인인지 놀라 다시 쳐다보게 된다. 그가 오래도록 그려온 주변 평범한 인물들, 4.3관련 인물들… 그리고 사람을 담아 살아온 집에 남겨진 흔적만큼이나 그 집과 사람과 주변에서 밀접하게 동고동락해온 대나무 등에 대해서 터져 넘칠 것 같은 열정과 흔들림 없는 진중함 사이사이에 유머와 한숨이 함께 스민 이해로 그 대상에 대한 겹겹의 해석으로 베어 나온다.



홍보람

참여 작가 중 가장 젊은 작가 홍보람. 이중섭 거주 작가라는 인연과 아트스페이스C에서의 기획전 인연으로 제주와 너무나 가까워져버린 작가. ‘마음의 지도’라는 작가의 ‘예술과 일상의 소통’이라는 프로젝트의 연속선상에서 작가는 강정 마을에 다가선다.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날아와 서귀포에 잠시 둥지를 틀고 매일 강정을 드나든다. 강정에서 만나는 어린이에서부터 나이 많은 어르신까지 그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작가 특유의 느릿한 음성으로 묻고 들으며 그들에게 그 장소를 찾아가는 지도와 기억을 그림으로 그들에게 직접 받아 들고 작가는 그 곳을 찾아간다. 사연이 있는 그 곳에서 만난 또 다른 사람에게 방금 들은 사연을 전하고 그림을 보여준다. 이 그림과 사연이 지금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이 작업은 강정의 마을지도로, 강정의 마을 역사로 개인의 기억이 담긴 소중한 작업으로 남겨질 것이다.
이 전시에는 강정 바닷가 송송 구멍이 있고 용암이 흘렀을 그 흔적이 남아 있는 바위 위에 얇은 한지를 놓고 문질러낸 탁본작품! 그 바위가 생성된 그 시간과 공간과 기억이 한지 위에 검은 무늬로 각인된다. 강정 흙으로 찍어내고 흘린 작품 역시 ‘아’ 하며 마음을 흔든다. 태어남, 자람, 죽음을 역시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되는 흙이 상징하는 그 근원성! 해지는 노을과 강정 바다를 배경으로 그 주변의 소리들을 채집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넣는 영상작업까지…
홍보람은 강정에서 탁본으로 생성의 흔적, ‘마음의 지도’로 사람들 삶의 흔적인 기억, 그리고 ‘흙’으로 생성과 소멸의 과정에 대한 기억뿐만 아니라 ‘해질녘 중덕’이란 영상으로 생동성의 청각적 기억까지 채집해 전시장에서 선보인다.



홍성담

5.18광주 민주화항쟁 당시 시민군으로 활동하였으며 옥살이 뒤에도 꾸준히 국내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군사력에 의한 제국주의적 억압과 인권의 문제를 작품화해온 작가. 생명과 평화에 대한 사랑을 예술로 투쟁해온 작가이다. 그는 강정을 찾아 현실을 직접 목격했다. 강정 범섬 앞바다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물고기와 남녀의 행복한 모습, 휘리릭 돌아다니는 붉은발말똥게와 신나게 부리를 여는 철새 그리고 물결에 흔들리는 해초들이 풍성하다. 이 모든 탄생을 관장하는 설문대할망이 한라산에 앉아 모든 생명들이 함께 어우러서 이루는 평화의 화엄세상을 지극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홍진숙

제주의 신화와 자연 그리고 동네 모습을 꾸준히 소멸목판화 작업으로 옮겨오는 작가 홍진숙. 강정 중덕 해안의 모습이 두 점의 농담 다른 먹빛 목판으로 오롯이 드러난다. 또 다른 소멸목판화 붉은발말똥게. 노랗고 둥근 알을 품듯, 달을 품듯 강정 해안 습지에서 영원히 평화롭게 살게 해달라고, 제발 소개하지 않고 살아가게 해달라고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붉은발말똥게의 목소리를 김수열 시인의 시로 들려주고 있다.



허영선

여성으로선 제주에서 드물게 오랜 기자 생활을 한 여성 시인. 4.3을 다룬 시들에 여성적 감수성과 그 억압 속에 공공연한 비밀인 여성에 대한 가부장적인 이중의 억압이 있음도 놓치지 않고 조심스럽게 담아냈다. 청소년을 위한 4.3 도서를 발간하고 제주의 자연과 풍속을 그림과 함께 어린이용 책자로 발간해내기도 했다. 강정 바닷가를 찍은 홍진숙의 목판화에 ‘우지마, 구럼비야’란 시를 직접 써넣었다. 무참히 생매장 당한 4.3의 기억과 먹돌 반짝이고 보말 성게 구쟁기 그득했던 탑동을 생매장한 악몽이 구럼비에서 또 다시 생생해지는 듯하다.

현기영

서슬 퍼런 독재 군사정권 아래서도 4.3문학 <순이 삼촌>으로 묻힌 기억을 꺼내어 우리를 흔들어 깨운 작가 현기영. 몸은 비록 고향에서 떠나 있지만 고향 사람과 고향 산천에 늘 마음을 두고 작품 속에 담아낸다. 제주 4.3항쟁뿐만 아니라 ‘제주의 수난기에 처한 역사적 삶의 내부를 치밀하게 탐색하고 잊혀진 현대사의 이면을 되살리고 조명하며 깊은 울림과 감동을 주는 작품 활동’을 해왔다. 작가가 겪은 시대를 경험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그 시대 유년의 고통과 웃음을 알싸하고 진한 추억으로 느낄 수 있도록 치밀하게 표현한 작품 <지상에 숟가락 하나>. 이 책은 몇 년 전 국방부불온문서로 지정되어 독자의 관심을 다시 불러 일으켰고, 이로 인해 국방부는 세간의 조롱거리가 되기도 하였다. 그의 오래된 육필 원고가 고길천 작가의 상상력으로 시각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