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21-01.30 오숙진⋅이수경 『두 개의 섬』


‘섬’이란 미지수에 다가가는 ‘오숙진 /이수경 함수’의 궤적을 따라
| 아트스페이스·씨 대표 안혜경

섬을 미지수로 두 개의 함수가 그리는 곡선을 따라 시선을 이동하게 만드는 전시
두 작가가 ‘섬’이라는 이야기를 가지고 만났다. 한 작가는 실제 사방이 물로 둘러싸인 섬에서 자라 ‘육지’라고 불리는 더 너른 ‘섬’을 경험했다. 또 다른 작가는 더 너른 섬인 ‘육지’라는 곳에서 자라 실제 물로 둘러싸인 ‘섬’을 잠시 경험해 본다. 이들은 자신들 삶을 둘러싼 수많은 관계 곡선 들을 만들어내는 함수를 ‘섬’이라는 미지수로 풀어내기로 했다. 두 작가가 달리 보여주는 섬의 의미, ‘두 개의 섬’은 이 두 개의 함수가 그리는 곡선을 따라 시선을 이동하게 만드는 전시이다.

제주의 아트스페이스C 전시 이후 서울의 이브 갤러리로 이어진다
이들은 자기 자신이 하나의 ‘섬’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두 개의 섬’은 두 작가를 의미하면서 동 시에 자신들이 각자 경험한 ‘섬’, 즉 실제 지리적.지정학적 의미로서의 ‘섬’과 은유로서의 ‘섬’인 또 다른 ‘두 개의 섬’을 뜻하기도 한다. 그리고 제주의 아트스페이스C와 서울의 이브갤러리, 두 곳에서 이어져 열리는 두 개의 전시를 의미하게도 된다.

아트스페이스C 단기 레지던시를 통한 제주 체험이 연극적이고 민화적인 형태로
‘육지’에서 나고 자란 오숙진은 이 전시를 준비하며 ‘섬’인 제주에서 아트스페이스C가 제공한 약 2 주간의 단기 작가 레지던시를 통해 실제 ‘섬’인 제주를 잠시 체험하였다. 이 기간 동안 작가는 40년 가까운 연륜의 낡은 건물, 한 때는 가장 번성한 중심지였으나 이제 기운이 쇠락한 도시의 한 건물, 한 어린 소녀의 삶의 추억이 진하게 스며있고 한 때 창작실로 사용했던 공간의 기억이 묻어있는 장 소에서 거주하였다. 그 기간 동안 맺어진 제주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제주인이 겪은 수탈사를 듣 고 제주의 주요 산업의 하나인 감귤과수원에서 감귤 따기 체험이라는 행운도 놓치지 않았으며, 이 곳 제주에서 활동하는 아직은 주류에서 먼 예술가들의 공연 체험과 제주의 중심에 우뚝 솟은 한라산 등반, 레지던시 주변에 있는 동문시장의 활기 등 문화와 산업의 생산과 소비의 활발한 유통을 일으 키는 양상도 생생히 경험하였다. 이렇게 역사와 문화 그리고 경제라는 큰 그물에 걸려 올려진 제주 경험이 비록 단기간이고 부분적이었지만 오숙진 특유의 방식으로 흥미롭게 이미지로 표현되었다.

지리와 미술을 전공하고 연극부 활동과 이탈리아 유학에서 얻은 다양한 문화적 체험의 반영
오숙진은 의상학과에 진학하려다 실패를 맛보고 지리를 전공하게 되었지만 결국 미술대학으로 다시 진학하고야 말았다. 대학시절 연극부 활동과 대학 졸업 후 이탈리아 피렌체로 유학했던 다양한 문화 적 체험이 작가의 작업에 자연스럽게 작품에 녹아들게 된듯하다. ‘두 개의 섬’ 전시 이전 작품들의 배경에 드러나는 무대적 장치와 인물의 의상과 형태 그리고 자세가 내포하는 기억 등이 마치 이야기 가 있는 한 편의 연극을 보는듯하다.

제주 체험과 역사가 스미고 고립성 보다 다양한 소통의 가능성이 열린 공간으로서의 섬 해석
오숙진은 ‘섬 속 섬’, ‘섬들’, ‘점점섬’ 이라는 세 개의 시리즈를 이번 전시에 선보인다. ‘섬 속 섬’ 시 리즈에서 화면 곳곳에 연극의 배경처럼 놓여있는 소품들과 의상들 그리고 등장인물들은 작가가 제주 레지던시 기간 동안 체험했던 공간과 기억의 이미지들이다. 그것은 이전 작업의 형식을 이으면서도 인접한 공간들을 하나의 평면에 펼쳐 놓아 마치 우리나라 민화의 책거리 같은 느낌 혹은 병풍을 펼 친 듯한 독특한 구성이다. 예를 들어, 벽장에 고이 놓인 감귤과 그 옆 나무들은 제주의 중요한 1차 산업인 감귤농장의 귤 따기 체험의 기억이면서 동시에 왕에게 진상해야 했던 땀과 고통의 기록이기 도 하다. 작가는 제주행 비행기에서 읽은 노동착취공장을 의미하는 sweatshop에 대한 칼럼과 본 토에 의한 제주수탈의 역사를 자연스럽게 연결하여 sweatland란 단어로 화면에 넣는다. ‘점점섬’ 시리즈들은 작가 자신을 하나의 작은 점 안으로 넣어 수많은 점들을 규칙적으로 그려 넣었는데, 그 중 하나의 점만 커다란 돋보기로 들여 다 보듯 자세히 보여준다. 그것은 수많은 자아들로 구성된 작 가 개인의 초상화에 다름 아니라 보인다. ‘섬들’ 시리즈에서 바다 위를 떠다니는 배는 하나의 고립된 섬인 듯하다. 그러나 작가는 육지에서 바라보는 섬의 고립성을 역으로 대양을 향해 사방으로 연결된 무한한 개방성으로 느끼면서 이를 통해 인간 개개인의 고립성 역시 다양한 방식의 소통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동시에 은유하는 표현으로 주목한다.


섬 출신이라는 주변인으로서의 기억과 어디든 공통된 일상적 삶이 있는 섬
이수경 작가. ‘두 개의 섬’이라는 전시를 하게 된 계기가 제주라는 섬 출신으로서 갖게 되는 지역적 정서적 한계성을 느끼며 서울에서 공부하고 작업하며 주변인으로 느껴지던 기억인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수경은 막상 그 섬에 바짝 당겨 들어간 일상에서는 섬이라는 인식을 굳이 할 필요 없는, 즉 어디서나 비슷한 일상의 연속들이 있음을 느꼈다. 그제서야 비로소 자신의 경험이 밖으로 넓어지 며 세계로 관심을 돌릴수록, 자신은 세계를 이해하는 출발점을 고향에서 찾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고향에 대한 관심이 세계로 나아가는 시작점임을 재발견하며
이수경은 지난 2년의 작업 속에서 종교와 정복에 관련된 유명한 세계사적 기념비들 속에 이제 그 자리에 서 있는지 조차도 사람들의 기억에서 희미해져가는 6.25 참전 해병전우회비를 나란히 그려 이를 기념비적 사건의 역사적 연장선상에서 살폈고, 호주 출신 뱃사람이 제주 해녀가 된 인물화로 외부적 시선을 거울로 내부적 가치를 보게 되는 아이러니를 표현하기도 했다. 바다를 그린 풍경화에 서는 시원하고 아름다운 풍광으로서 방문객들이 감탄하는 너른 바다가 아닌, 지금 현재 섬에서 바다 를 향해 나아가는 혹은 나아가고자 하는 작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즉 고향인 제주의 역사와 자연에 대한 관심이 이수경에게는 외부 세계로 향하는 시작점인 것이었다. 넓은 수평적 시선의 아름다운 관 광지 풍경보다는 황량하고 쓸쓸한 야생에 황폐하게 버려진 비닐하우스의 찢어져 덕지덕지 걸려있는 쇠구조물과 들개의 발자국이 찍힌 진흙땅에 더욱 애정 어린 안타까운 시선이 머물고 있었다.


어디에도 있는 구체적 일상의 모습이 있는 장소로서의 섬
이번 전시에서 이수경은 어디에도 있는 구체적인 일상의 모습이 있는 장소로서의 섬을 담고 싶어 한 다. ‘소나무’라는 제목의 작품. 하늘과 누렇게 마른 풀 사이에 소나무 숲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굳 이 섬일 필요가 없는 풍경이지만 제주의 바람을 막는 방풍림으로서 소나무숲 혹은 삼나무 숲은 또한 제주의 흔한 풍경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흔한 제주의 풍경에서 시커먼 숲과 약간은 답답한 듯한 구도. 이건 작가가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의 느낌을 얘기하고 있는 것일까?

잊혀지고 놓쳐버린 것에 대한 은유적 표현 그리고 예측하지 못한 난관 같은 고립감
이 전시를 준비하며 이수경은 “나에게 결국 섬이라는 말의 함의는 오히려 시대를 놓쳐버린 영화관, 사건들이 잊혀진 장소들, 막걸리를 들고 걷는 한 남자의 뒷모습처럼 현실과 소통의 맥을 놓쳐버린 풍경들에서 은유적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섬’이라 이름 붙인 작품엔 화면을 반으로 나 눠 해의 붉은 기운 담긴 하늘이 있고 그 아래 물결치는 바다와 맞닿은 수평선이 있다. 외부로 향하 려는 작가를 포함한 섬사람들의 시선인 듯, 망망대해에 떠 있는 또 하나의 섬인 듯, 혹은 뱃사람의 일상인 듯 그 수평선을 향해 힘겹게 나아가는 아주 작은 배가 있다. 이수경은 전시를 준비하며 임신 초기의 힘든 과정을 겪었다. 그로인해 어쩔 수 없이 발생했던 고비가 의욕적으로 계획했던 이번 전 시준비 과정을 잠시 단절 하게 만드는 안타까운 고립감. 그 고립감 속에서 힘겹게 이번 전시를 준비 한 작가의 분투가 엿보인다.

지리적.지정학적 의미와 은유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끝없이 값을 달리하는 함수
두 작가가 ‘섬’이라는 한 점을 향해 모은 시선은 두 개의 눈동자가 고정된 하나의 사물을 향해 모아 져 상을 인식하게 되는 것과는 사뭇 달랐다. 이 두 작가가 서 있는 위치는 수시로 이동되었고 그 때 마다 맺히는 상의 위치도 제 각각이다. ‘섬’이라는 미지수를 가진 이 두 개의 함수는 가끔씩 교 차하기도 하였지만 각기 서로 다른 곡선을 그리며 끝없이 나아가고 있다. 작품을 창작하고 있는 지 금 현재도 지리적.지정학적 의미와 은유로서의 의미를 가진 그 ‘섬’이란 미지수가 두 작가의 삶의 다 양한 경험이라는 함수 속에서 계속 그 값을 달리하고 있다. ‘두개의 섬’ 전시를 체험하는 관람객들도 이 곡선 위 나의 ‘섬’은 어디 쯤 위치하는지, 혹은 어떤 새로운 곡선을 그릴 수 있는지 이 두 작가 의 감수성과 직감에 의지하며 그 궤적을 찾아보는 경험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오숙진 작가 경력

2000년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지리학과 졸업
2003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2007년 이탈리아 피렌체 국립미술원 회화과 졸업
2010년 박수근 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제5기 입주작가(현재)

서울과 파주 헤이리 그리고 이탈리아 피렌체 등에서 5회의 개인전 개최 서울, 파주 헤이리, 미국, 이탈리아 등에서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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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작가 경력

1995년 제주대학교 인문대학 미술학과 졸업
2002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및 인문대학 미학과 졸업 
2008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서양화과 졸업

서울과 제주에서 3회의 개인전
서울 ,강원도, 제주 등에서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
현재 제주대학교 교육대학 미술교육전공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