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04-12.06 천연염색공방 물드리네 스카프展 『빛을 두르다』


천연염색공방 물드리네 스카프展 『빛을 두르다』
Natural Dyeing Studio Scarf Show
2009.12.04(금)-12.06(일)

Opening 2009.12.04 18:30

이벤트: “스카프쟁이” 선정
전시장에 있는 물드리네 스카프를 가장 멋있게 두른 참가자 2인을 선정하여 물드리네 천연염색 스카프를 드립니다. 이 이벤트에 참여하시고 싶은 분은 오프닝 행사 30분 전까지 오셔서 준비해주세요.

Event: The two people who wear the scarf in the show most fashionably will win a natural dyeing scarf. If you would like to participate, please arrive at the gallery by 6:00pm.

[기획의 글] 천연염색공방 『물드리네』 스카프전을 열며
Natural Dyeing Studio 『Muldrine』 Scarf Show
| 안혜경 아트스페이스⋅씨 대표

“천연염색의 다양한 색들이 염색물 그 자체로 완제품이 되어 선보일 수 있는 스카프! 그래서 그것을 두른 사람과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쌓인 벽돌 벽처럼 자신을 켜켜이 둘러싸고 있는 외부와의 단절을 하나하나 허물어 내고 스카프를 통해 자신 안에 깊이 숨겨져 있는 또 다른 ‘너’를 드러내는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내’ 자신이 열리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물드리네

제주도 제주시 한경면 낙천리에서 “물드리네” 천연염색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장선자, 김미선! 이들은 ‘쪽’을 직접 재배하여 염료를 얻고, 동네마다 돌아다니며 ‘제주 토종 풋감’을 사들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김미선은 염색을 시작한 이유에 대해 “내가 어렵게 해왔던 다른 일들에 비해 쉬울 것 같아서 시작했는데 그건 천연염색에 대한 무지의 소치였다. 염색 역시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노동과 돌봄의 여건들을 갖추어 나가면서 해나가야 하는 지난한 일이었다”고 말하며 그 특유의 장난기 어린 웃음을 활짝 지었다.
김미선은 각종 염색강좌를 통해 염색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고 여기 저기 기웃거리고 좌충우돌하면서 배워나갔다. 그러다 신라대 조경래 교수를 만나면서 본격적인 염색작업의 길로 들어섰다. 그 인연은 그 전의 주먹구구식 배움에서 벗어나 개안한 느낌을 주는 새로운 경험과 문을 열어주었다. 염색은 조상들의 문화적 산물이기에 인문적 요소가 들어있으며 또한 과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는 연구와 기록의 결과물이어야 했다. 또한 색을 다루기 때문에 미학적 안목과 경험의 축적이 필요하기에 지식과 감성이 종합된 예술이었다.

본격적으로 염색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이에 적절한 공간이 필요했다. 일조량이 좋으면서 비가 적게 내리는 서쪽 지역을 대상으로 물색해나갔다. 이년 여를 찾아다니다 마침내 지금의 장소를 찾아냈지만 구입할 만한 자금은 없었다. 그 당시 오랫동안 공동체의 꿈을 함께했던 동지들끼리 자금을 마련하여 공동 구입하게 되었고 천연염색 사업은 공동체의 첫 번째 사업으로 결정되었다. 결국 이 천연염색공방은 천연염색이라는 ‘오래된 미래’의 실험이면서 공동체 삶에 대한 희망을 말할 수 있는 가능성이 되었다. 그 뜻을 함께 했던 친구들 중 장선자가 김미선과 함께 염색작업을 하기로 결심하고 『물들이네』라는 염색공방을 시작하기에 이르렀다.
가족을 비롯한 친구 선.후배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 속에 『물드리네』가 좀 더 안정적으로 천연염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2년 전 찾아왔다. 2007년 12월 완성되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작업장은 제주민예총이 예술창작창고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이는 활발하고 안정적인 염색작업과 체험프로그램 강좌운영이 가능한 「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하는 기회가 되었다. 얼마 전까지도 그냥 주어진 일로서 소극적인 태도로 염색작업에 임해왔던 장선자도 염색에 발을 깊이 담근 지금 적극적으로 공부해야함을 절감하고 역시 신라대 전통염색 연구소 전문가과정에서 정기적인 수업을 받고 있는 중이다.

천연염색이란 무엇이며 그것이 이들에게는 무슨 의미가 있기에 그 힘든 노동의 과정을 겪으면서도 고요와 평화를 느낀다고 하는 것일까? “천연염색은 말 그대로 자연에 존재하는 나무와 풀들의 잎, 줄기, 뿌리, 열매, 꽃 등을 이용하거나 자연파괴를 막으면서 동시에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생활주변의 부산물인 양파껍질, 밤송이, 귤껍질 등에서 얻어지는 염색재료를 가지고 천연섬유에 물을 들이는 것이다. 이는 자연친화적이라 자연과 인간 모두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여기서 얻어지는 색상은 주색소 외에 수많은 빛깔의 부색소들이 함께 받쳐주므로 천연염색으로 물들인 색들은 그 다양한 빛깔이 아주 자연스럽게 서로 조화를 이룬다. 그래서 우리의 어떤 미적 판별능력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자연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색의 어우러짐으로 아름다움을 드러나는 것이다. 하나의 색을 드러내는 각각의 염재들에서도 서로 다른 느낌의 색을 느낄 수 있기에 천연염색의 아름다움은 우리들의 노력이 아니라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특별한 혜택이다. 그렇기에 색에 대한 혹은 미적 능력에 대한 우리들의 불안감은 어느 사이 편안함으로 변하게 되었다“ 고 그들은 말한다.
물론 이건 그들의 겸손이다. 한번이라도 그들이 「쪽」을 키워내 거둬들이고 색을 얻어내는 과정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이 과정이 얼마나 무수한 시행착오와 땀의 결실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들에게 천연염색은 광대한 하늘에 펼쳐진 새털구름과 양떼구름들을 비추는 저녁노을의 황홀한 빛이며, 날씨에 따라 아주 새파란 쪽빛에서 먹빛으로 변해가며 검은 현무암에 부딪치는 제주바다이고 제주에 흩어진 설문대할망의 치맛자락에서 떨어진 흙무더기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오름들의 능선이고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가 빛을 받아 반짝이며 추는 은빛 군무이며 사방에 흩어져 피어난 아름다운 야생화이고 거칠고 고통스런 역사와 삶을 살아낸 제주사람들이 서로를 위로하는 따뜻함이며 친구의 미소이고 두터운 현실과 관습을 뚫고 터져 나오는 깊이 숨겨진 자유의 분출이다.

『물드리네』는 제주 풋감과 쪽을 중심으로 한 복합염을 특색으로 하는 염색작업을 하며 실용성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세련미를 담아낼 수 있는 작업을 추구하고 있다. 옛 선조들이 고온다습한 섬 지역에 맞게 만들어낸 갈옷은 여전히 우수하게 그 기능적인 측면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노동복이라는 갈옷에 대한 문화적인 이미지 때문에 천대받고, 또다른 한편에서는 고급스런 브랜드만이 노동복의 이미지를 극복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일상복으로 입기에는 부담스럽게 고급화해서 가까이 할 수 없다는 양극단의 느낌을 주고 있다. 청바지가 과거에 광산노동자들의 노동복이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자유로움과 젊음의 느낌을 주면서 누구든지 입을 수 있는 옷이 되었듯이 갈옷도 자유의 상징, 치열함의 상징, 자부심의 상징으로 거듭 태어났으면 하는 바람을 조심스레 내비친다.
『물드리네』는 이런 여러 가지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제주풋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조건을 조성하는데도 힘쓰고 있다. 또한 제주지역에는 재배하지 않던 쪽도 직접 재배 하고 있다. 일조량과 토질이 좋아 제주서 재배한 「쪽」은 ‘인디고’ 함량이 높은 편이라고 한다. 정직하게 염색하는 그들의 모든 노력들이 빛을 발해 대규모 공장생산시스템으로 나아가는 천연염색의 추세 속에서도 차별화된 염색제품으로 소비자와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천연직물을 이용한 천연염색이라는 일차적 단계를 넘어 『물드리네』의 다양한 제품으로 소비자와 직접 만날 수 있는 마케팅과 디자인 등, 앞으로 여러 가지 일들이 산적해 있지만 그 역시 잘 해내리라 기대해본다.

『물드리네』는 다양한 천연염색 방법들을 최대한 소개하면서 또한 직접 그것을 사용하는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방식으로서 스카프 전시를 선택했다. 『물드리네』는 자신들이 만든 ‘스카프’를 두르면서 ‘스카프’의 기능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그것을 두르는 개인들 내면에 숨겨진 새로운 감성들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를 무척 바라고 있다. 자신들이 해온 작업에서 새로운 감성을 발견하는 “스카프쟁이”들을 통해 『물드리네』 역시 격려를 받고 새로운 의미 부여와 에너지로 다시 작업에 몰두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