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9.23-10.08 이종선 인도사진전 『낯선 여행을 떠나다』 Photo Exhibition of Inida-Going on an Unfamiliar Trip by Gowind

이종선 인도사진전 『낯선 여행을 떠나다』
Photo Exhibition of Inida-Going on an Unfamiliar Trip by Gowind

2006.09.23(토)-10.08(일)

[초대의 글]
본다는 것과 이해한다는 것은 오랫동안 동격처럼 사용되어왔다. (I see= I understand, 알아봤다=알고 있다.)그렇다면 사진가는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세상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일까? 혹은 그 사진을 바라보고 있는 관람객(혹은 우리들)은 그 사진 속의 세상과 소통하고 있는 것일까? 인도에 7년여의 시간을 보내며 그가 포착한 ‘여행자-The planetary’라는 사진들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동물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 작가는 그들과 마치 오랜 기간 함께 기거하며 속속들이 알고 지내는 절친한 친구 같은 느낌이 든다. 동물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는 동물들과의 만남이 ‘명상’이요 ‘평화’라는 생각을 한다.

“커다란 뿔을 가진 검은 소가 그 큰 눈을 껌벅거리며 다가와
히말라야 설산으로 나를 데려가고,
사막에 밤이 오면 어디선가 파란 염소가 나타나
나에게 사막의 별들을 펼쳐서 보여 주었다.
그리고
겐지스 강가에서는 거리에 사는 개 한 마리가
거부할 수 없는 운명처럼 내 품으로 파고들더니 마침내
눈물이 되어 겐지스강으로 사라져 갔다.

나는 동물들이 좋다.
그들의 가식 없는 순수가 좋다.
그들은 내 여행의 오아시스이다.
그래서 나의 여행은 온통 동물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었다.
나의 홀로 가는 여정에는 친구가 필요했다. 그들은 기꺼이 내게 다가와 친구가 되어 주었다.
내가 외로울 때는 곁에서 나를 지켜주고, 내가 힘들어 할 때는 나의 무거운 짐을 들어주고,
내가 배고파 할 때는 그들은 기꺼이 그들의 젖을 나누어 주며 우리는
설산을 넘고 큰 강을 건너고 사막을 지났다.

난 그 동물들의 단순함이 좋다.
우리 인간들처럼 그렇게 복잡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그들의 삶이 좋다.
그들은 인간들처럼
말과 말 사이, 생각과 생각 사이에서
오해하고 상처 받고 또 슬퍼하지 않는다.
그렇게
아무런 말도 없이, 아무런 생각의 흔들림도 없이,
그들처럼 있는 그대로의 순수가 되고 싶다.

동물과의 만남은 명상이다.
명상은 스스로를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사념으로부터 벗어나
본래의 단순한 마음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 곧 명상이 아닐까?
가만히 동물의 눈을 바라본다.
인간이 빚어낸 선함과 악함 조차 아직 스며들지 않은
순수의 빛이다.
나는 동물들과 함께 한 여행의 시간들을 기억해본다.
그들과 함께 하는 동안
내 마음은 그들의 순수와 동화되어
헛된 사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고
진정 나는 평화로울 수 있었다. ”
-이종선, Gowind

그의 사진 속 인물들도 ‘신비한 인도’의 ‘신비한 인물’이 아니라, 사진을 찍고 있는 작가와 그 사진을 바라보고 있는 관람객들과 마찬가지로 일상 속에서 평범한 자신의 일상을 조용히 살아나가고 있는 ‘인간’ 그 자체이다. 작가는 그 경험을 낯설지 않으며 과거의 기억을 찍어내는 것 같다고 표현한다.

“나는 인도에서 사진을 찍는다 마치 과거의 기억을 찍듯이….
히말라야의 나무와 구름과 바위들,
사막을 스쳐 지나가는 목동과 양떼들,
말없이 깊은 티벳 하늘의 침묵과
망고나무 아래에서 바라보는 열대를 적시는 비
그리고 저 인도의 태양
이 모든 것이 내겐 낮설지 않다.
이 상 하 다.
그곳에선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것처럼
처음부터 모든 것이 익숙하기만 했다. ”
-이종선, Gowind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유럽을 향하던 작가가 우연한 만남을 통해 인도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을 갖게 되어 발길을 돌려 인도에 7년여를 머문다. 마치 시간을 거꾸로 흘러 과거를 찍는 것 같다는 표현을 하지만 실상 그는 서울에서 태어나 살아온 도시사람이다. 자신도 어찌된 영문이지 모르게,

“몽골벌판의 무한 자유와 시베리아 자작나무 숲의 침묵과 유럽 뒷골목의 그 쓸쓸함 보다는 인도의 태양이 그 모든 것을 알고 있을 것만 같았다.”고 말하고 있다.

“인기 있는 인도배우의 이름이자, 싯달타에 나오는 수도자의 이름이며 인도 신화 속 사랑의 신의 이름인 ‘고빈’이라는 이름을 얻고, 자신 안에 있는 미련과 집착을 버리고 떠나려는” 작가의 바람이기도 하다고 했다.

인도는 우리들에게 신비하고 호기심을 부추기는 먼 어느 나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신비함 보다는 친밀함과 따뜻한 애정이 크고 검은 눈과 입가의 미소에서 묻어나오고, 그 배경이 되고 있는 꽃과 나무들의 향기가 바람에 묻어 나올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신비화 되거나, 과장되지 않은 그의 사진을 통해 인도의 사람들과 동물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갖고자 이 전시를 아트스페이스⋅씨에 초대하였다.